사랑 하지않아도
아이샤 프란츠 지음|강희진 옮김
사랑 하지않아도 – ISBN 979-11-86843-08-6 07330|발행일 2016. 7. 15. | 175*235 양장|216면|값 16,000원
오늘날의 우리 사회에 책임을 묻다!
가족 간의 소외, 외로움의 문제
꿈과 실패, 성과 사랑, 불안과 외로움!
싱글맘과 두 딸, 어른들의 세계로 막 진입하려는 세대와 과거를 돌아보는 세대,
소외됨을 폭로하고 모두가 각자의 방법으로 일상의 외로움을 모면하는 이야기.
사랑 하지않아도
삭막한 교외에 일률적으로 늘어서 있는 집들, 공터와 공업용 무인지대에 둘러싸인 마을, 그리고 과거에 대한 집착과 후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싱글맘과 성장기의 두 딸. 이 같은 배경 속에서 세 명의 가족 구성원이 각기 자신들의 가까운 미래뿐만 아니라 세상과의 소통 불능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개인적인 이슈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보여준다. 픽션과 자전적인 요소의 경계가 모호한 성장 소설로, 어린 시절 판타지 세계로 도망치려는 경향을 만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자신을 괴짜로 만드는 동시에 스스로를 괴짜로 느끼게끔 만들기도 한다. 우리들 대부분이 삶에서 맞닥뜨리는 위기, 또 모두가 그 위기를 모면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외계인을 꿈꾸는 아이들에게는 상상과 공상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며 반항기의 십대에게는 다시 어린 시절로 숨어들어가거나 어른들의 세계로 진입하려는 과도기가 그려질 것이고 어른들은 가득한 회한으로 과거를 돌아보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조용하지만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 깊고 반복적인 독서를 보장한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우습고도 애처로운, 위태로운 십대의 삶의 한 토막이 위트와 풍자, 블랙유머로 가득 차 있다.
– 잇츠 나이스 댓
낯섦과 친숙함 사이, 평온한 일상과 절망적인 소외감 사이에서 희미하게 빛을 발하는 성장 소설.
– 글로브 앤드 메일
반복해서 읽을수록 더 깊은 의미가 되새겨지는,
흑백의 그래픽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
독일 만화가 아이샤 프란츠의 첫 번째 그래픽노블로, 두 자매와 그들의 싱글맘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하루를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은 세상이 그들에게 기대하는 것을 받아들이고 타협하기 위한 세 여인들의 투쟁을 통해 일상생활의 외로움을 폭로한다. 또래의 친구가 그리운 막내는 외계인을 상대로 비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고 큰딸은 이성을 통해 현재를 벗어나려 하며 엄마는 스스로 만든 영상을 통해서만 비유적으로 가장 사적인 갈등과 인간의 삶에 있어서 가장 깊은 바람을 말할 수 있다. 자매가 각기 성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가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고 젊은 여인들이 거의 모면하지 못하는 세상과 맞닥뜨린다.
짙은 회색 터치의 그림은 음영의 교차로 밀실공포증을 느끼게 하며, 겹쳐 그리는 선으로 책의 톤을 완벽하게 다운시킨 대목들도 있다. 선 하나하나에 감정이 묻어 나와 인물과 동일시되는 듯한 분위기를 불러일으킨다. 어린 시절 꿈의 세계를 상실한 것 때문에 이 책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간결하지만 저항할 수 없는 매력으로 반복적인 독서를 요한다. 다시 볼수록 새로운 의미가 더해지는, 풍만한 문학적 깊이를 실감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사랑하지 않아도… 신뢰를 바탕으로 감싸이는 외로움과 두려움
키스했다고 해서 다 사귀는 건 아냐.
사람들은 말야… 사랑하지 않아도 이런 걸 한대.
싱글맘과 두 딸. 세 사람 모두가 원하는 것은 겉보기에 보통의 일상적 삶과 행복이다. 세 명의 주인공은 각자의 이야기 속에 환상의 요소를 만들어간다. 그 환상 속에서 이들은 제각기 위로와 안락을 찾는다. 책은 막내의 스토리라인을 따라간다. 장난감 상자에 숨겨둔 외계인과 친구가 되려는 막내딸은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외톨이로 지내며 함께 살지 않는 아빠를 그리워한다. 엄마도 언니도 막내의 유일한 대화 상대이자 친구인 외계인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한다. 언니의 방 문틈으로 엿본 키스 장면에 성적 호기심을 느끼게 된 동생에게 언니는 사랑과 섹스에 대해, 그리고 아빠라는 존재에 대해 충고한다. 외계인을 통해 에로틱한 꿈을 꾸는가 하면 꿈을 깨자 외계인은 사라지고 없다. 허전함에 처음 외계인을 만났을 때처럼 또다시 창밖을 주시하다 허공을 날고 있는 풍선을 쫓아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주친 제 나이 또래의 소년을 통해 현실을 만난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는 큰딸은 엄마와의 대화에 적대적이고 아버지와의 관계에 반항심을 품고 있다. 질 나쁜 남자친구와 꿈같은 미래를 계획하려 하면서 현실 도피를 꿈꾼다. 감정적으로 냉담하면서 일방적이고 형식적인 섹스를 요구할 뿐인 남자친구를 받아들이는가 하면 훨씬 순수했던 어린 시절로 회귀하고자 하는 양면성을 띠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딸들을 찾아오는 아빠와 휴가를 떠나라는 엄마에게 대들며 집에서 벗어날 결심을 한다. 하지만 그녀가 결정적인 마음의 상처로 방황할 때 은연중에 의지하게 되는 위로와 안식처는 함께 휴가를 떠나기 위해 마중을 오던 중인 아빠였다.
사랑과 비등한 관계의 책임과 의무가 존재함으로써 우리는 살아간다
그때 애를 지웠어야 하는 건데…
별것도 아닌 일이 그렇게 막대한 영향을 끼칠 줄 꿈에도 몰랐을 거야…
인생이란 게 그런 거지.
도리스는 결혼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에 대한 환상을 품고 철없던 시절 낙태를 감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한다. 과거 꿈꾸었던 자신의 모습이 때때로 환영 속에 나타난다. 평소 다니던 마트로 가지 않고 그날따라 하필이면 다른 마트로 가는 바람에 우연히 지금 아이들의 아빠를 만난 것을 원망한다. 그 운명의 날만 없었어도… 그때 아이를 낳기로 결정하지만 않았어도… 그녀는 끝없이 또 다른 자기 환영에 시달리고 환영 속의 자아는 도리스의 회한을 용인하지 않으며 다시 기회를 잡으라고 촉구한다.
“내가 바로 너야! 네가 꿈꾸었던 바로 그 여자… 유명한 소설가에 성공한 교수… 독립적인 데다 인기도 많고 지적이면서 엄청나게 섹시하기까지 한!” 자신의 환영에 사로잡힌 밤을 보낸 도리스는 과거 자신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던 일을 뼈저리게 숙고하고 분노하면서도 한편으로 이런 자신의 처지와 빗대어 아이들의 훈육을 걱정하고 염려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이 아니어도…
친구, 연인, 가족이라는 이름의 울타리!
아버지를 제외한 세 사람의 가족 구성원이 각기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친다. 성격이 다르기는 해도 이들은 또한 어느 가정이나 쉽게 겪을 수 있는 매우 보편적인 위기를 극복하려는 찰나에 놓여 있다. 세 인물은 저마다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아무도 행복하지 않다. 자신들만의 불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물들은 감정적 흐름에 자신을 내맡겨둘 뿐이다. 아무도 그들을 이해해주지 못하고 결손 가정의 상황은 희망이 없어 보인다. 무분별한 책임 회피 속에 각자가 만든 환상의 구원자가 시기적절하게 나타나 이들을 잠시나마 자유롭게 해줄 수 있을 뿐이다. 『사랑하지 않아도』는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모를 우울과 고독으로 고통받는 우리를 무심코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책 속의 인물들 또한 자신들의 도전을 완벽하게 해결해내지 못한다. 이들 가족 구성원은 각자 어떤 모면의 수단을 마련하지만 그 수단마다 결국에는 다 독이 든 나무의 열매였다. 하지만 그 복합적인 문제 속에서 크고 작은 시련들을 겪은 후 자신들에게 걸맞은 희망적인 결말을 발견한다.
흑백의 그림 역시 이야기에 음울한 요소를 가미한다. 그러한 한편으로 모든 소란과 침묵 가운데 자기 자신을 찾는 것에 대한 매우 큰 스케일의 작품이다. 점토로 조각을 한 듯한 작가의 펜 터치 스타일이 흥미를 더한다. 호기심, 혼란, 짜증, 장난스러움, 지루함, 외로움, 분노, 그리고 아주 가끔은 만족과 기쁨 같은 감정들을 그림과 더불어 고스란히 읽어낼 수 있다.
아이샤 프란츠 지음
아이샤 프란츠는 1984년 독일 퓌르트에서 태어났다. 카셀 고등 미술디자인 학교에서 시각 디자인을 공부하였고 만화와 삽화를 전공했다. 현재 베를린에 살며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사랑하지 않아도』는 그녀의 첫 번째 그래픽노블로, 두 딸과 싱글맘의 분투하는 삶을 통하여 일상의 외로움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혼란스러운 현재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강희진 옮김
성심여자대학교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툴루즈 미라이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공부했다. 옮긴 책으로 오사 게렌발의 『7층』, 『가족의 초상』, 『그들의 등 뒤에서는 좋은 향기가 난다』와 줄리아 워츠의 『끝없는 기다림』, 이 밖에 다수의 그림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