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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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초상

오사 게렌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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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드라마의 대가 오사 게렌발의 두 번째 이야기 『가족의 초상』
가족 간의 의사소통 불능을 그린 그래픽 노블이자 5막 1장으로 펼쳐지는 한 편의 연극

이 책은 마치 한 편의 연극과 같은 구조를 띠고 있다. 각 인물들의 모놀로그가 5막 1장의 에피소드로 신랄하게 그려진다. 일련의 사건들 이후 10여 년이 흐르면서 장면 장면은 드라마 같은 전개와 더불어 다섯 배우들의 심정적 토로로 이어진다. 부모인 라이프와 건, 두 자매 마리와 스티나, 그리고 이들에게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라그나르, 이 5인의 인물들이 각자의 삶에 대해 사건의 전말과 초래된 결과를 긴 독백과 대화체, 과거 회상 등으로 폭로하면서 ‘그 시기’ 이후 겪은 각자의 욕구불만, 고통, 정신적 외상을 표현하고 있다. 각 인물들에 대해 개개인의 감정을 면밀하게 연구하고 심리를 파헤치고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오사 게렌발은 한 가족 구성원들 사이의 의사소통 불능과 좀처럼 치유되지 않는 상처들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이 책은 이기주의, 두려움, 비겁함, 모순, 모두를 향한 책임감을 말해주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하는 사연들이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  

가족의 단절을 유발한 사건, 그로부터 10년 후 소통을 위한 시도

『가족의 초상』은 한 가족의 주변, 정확하게 말해 반항기의 딸 주변으로 펼쳐지는 심리 드라마이다. 이야기는 한 가족의 붕괴를 유발한 어떤 사건에서 시작된다. 열여덟 살 마리는 만사가 불평불만인 힘든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 십대가 그렇듯 상처받기 쉽고 감수성 예민한 마리는 학교와 사회, 특히 부모에 대해 분노할 줄밖에 모른다. 어느 날 저녁 가족의 오랜 친구인 라그나르가 마리의 몸에 손을 대려고 한다. 그때부터 모든 게 엉망이 되고 가족은 분열된다. 마리를 정복하는 데 실패한 라그나르는 그녀의 엄마를 유혹하고 엄마인 건은 딸의 호소를 무시한 채 그와의 행복한 삶을 꿈꾸며 결국 남편과 아이들을 떠난다. 이 일은 엄마와 딸의 관계에 미묘한 감정을 남긴 채 두 여자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단절을 이끈다. 아빠 역시 재혼을 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려 나감으로써 혼란스럽고 복잡한 과거를 잊고자 한다. 마리의 여동생 스티나는 이상적인 남자를 만나 새로운 가족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마리만이 여전히 고립된 채로 남아 있다. 10여 년이 흐른 후 각각의 인물은 공통적인 과거를 다시 화제 삼는다. 절실했던 감정, 정신적 외상과 적개심 등을 떠올리면서. 모두가 이 이야기에 대해 다른 관점을 지니고 있다. 소통을 위한 시도와 각자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것 같은데…

사회 기본 구성단위로서의 가족, 그 구성원들에 의해 유지되는 모호한 관계의 문제

‘우환 없는 집 없다’라고 하듯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 가족이다. 그리고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가족이라는 틀은 언제나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되어주어야 함이 마땅하다. 그렇지 못할 때 스스로 고립되는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가족의 초상』은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서로간의 관계를 한 번쯤 짚어볼 기회를 마련해주는 책이다. 반항기를 겪으면서 매사 충돌하는 마리는 부모에게도 외면당한 채 홀로 자신의 삶과 분투하고 있다. 딸의 행동과 반응에 어쩔 줄 몰라하던 엄마 아빠는 대화라는 창구 대신 자기들만의 편의를 위해 뿔뿔이 각자의 길을 선택해버린다. 세월이 흐른 후 인물들은 차례로 그들만의 진실을 폭로한다. 부분적이고도 편파적인 진실, 침묵과 잠재된 고통, 몰이해, 묵살된 감정, 의문과 수치스러운 욕망으로 가득한 진실. 결정적인 소통의 단절에 이르기까지 엄마와 딸 사이에는 또한 무관심의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각자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엄마는 자신의 진심을 변호하면서 “나는 그 애를 자립심 강한 아이로 키웠어. 하지만 마리는 괴물로 변해버렸지.”라고 말하고 딸은 관계의 부재를 유익하다고 표명하면서 “엄마와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내 상태는 더 악화되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오사 게렌발은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이미 깊이 뿌리박힌 소통의 불능을 더 잘 드러내기 위해 각자의 관점에서 개개인의 원한을 신랄한 독백으로 풀어낸다. 그것은 정밀하고도 섬세하고 놀랄 만한 초상으로 이어진다. 불안한 라그나르, 매사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마리와 낙관적인 스티나, 그리고 무관심한 라이프와 외면하는 건. 증인으로서 독자는 이 고통스러운 상황, 때로는 격렬한 감정에 치가 떨리기도 하다가 어느 부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 것이다. 모든 도덕적 판단의 잣대를 작가는 전작 『7층』에서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글과 그림으로 드리운 바 있다.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목적과 그 효과가 작가의 재담뿐 아니라 순수한 그림과 결합하여 또 한 편의 내면 고백 그래픽 노블이 탄생했다. 『7』층과 더불어 『가족의 초상』은 심리 드라마의 정수를 파헤치는 데 충분히 가치 있는 작품이다. 분석과 공감 사이의 거리 영역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이제 와 밝히지만 나는 『가족의 초상』을 그렇게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10년 전에 쓴 책인 데다 그 이후로 내 인생에는 매우 많은 일이 일어났다. 더구나 내가 쓴 작품이지만 주인공 ‘마리’에 대해 사실 너무 부당하고도 심하게 그린 것 같다. 최근에 『그들의 등에서는 좋은 향기가 난다』(근간)를 출간했다. 이 책이 그나마 『가족의 초상』을 뒷받침해주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은 말하자면 더 명확하고 냉철한 시선으로 썼기 때문이다. 『그들의 등에서는 좋은 향기가 난다』를 통해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제니’라는 주인공을 빌려 ‘마리’에게 보상을 하게 된 셈이다.”
– 작가 후기 중에서

추천사

집이란 물리적 공간은 인간에게 가장 평온하면서도 행복을 주는 안식처다. 하지만 그 집에 사는 가족은 사랑스럽지만 때로는 거추장스럽고, 누구보다 더 잘 통할 것 같지만 때로는 도통 속마음을 모르겠고, 지원사격하는 아군인 것 같지만 때로는 폐부를 칼로 찌르는 살인마나 다름없어 보인다. 이렇듯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그리고 성장하면서, 나아가 죽을 때까지 함께하는 가족은 천사와 악마의 얼굴을 모두 가졌다.만화 『가족의 초상』은 겉으론 세상 누구보다 가깝지만, 어쩌면 남남보다도 더 못한 가족의 실체를 생생하게 그리고 무참하게 까발리고 있다. 남편과 아내, 아빠와 딸, 엄마와 딸, 그리고 자매 사이에서 꿈틀거리는 대화단절, 갈등과 긴장, 소외감, 자존심 폄하, 위선, 경쟁심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물보다 진한 피로써 맺은 것이 아니라, 물과 결코 섞이지 않는 기름이 돼버린 우리들의 일그러진 가족의 초상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이 만화는 현대사회에서 사라지는 식구(食口)의 의미는 물론, 뙤약볕 아래의 모래성 같은 가족관계를 냉철하게 고민해야 할 의무감을 던져준다. 박세현(만화문화연구소 엇지 소장, 상명대학교 만화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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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olas@redacdesi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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