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 개구리 사건
잉그리드 올손 글 | 샬롯 라멜 그림
납작 개구리 사건
오세는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로 뛰어드는 개구리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길에서 죽은 개구리 한 마리를 발견하게 되지요. 죽은 개구리는 바싹 말라 아주 납작해져 있었습니다. 오래된 듯 퀴퀴한 냄새도 났지요. 오세는 궁금했습니다. 촉촉하고 말랑말랑한 개구리가 왜 길에서 죽은 채 바싹 말라 있었는지 말이에요.
개구리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어쩌면 개구리가 뛰어든 도로는 원래 개구리가 다니던 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개구리는 저 멀리 도로 건너로 보이는 숲으로 가려고 했을 테지요. 이미 자동차도로가 되어 버린 줄도 모른 채 본능적으로 자신이 갈 길을 가려고 말이에요. 오세는 바싹 말라 거칠거칠해진 개구리를 만져 보며 생각합니다. 얼마나 많은 자동차 바퀴가 이 개구리 위로 지나갔을까? 그리고 도로로 뛰어들었다가 달려오는 자동차를 처음 봤을 때 개구리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오세는 개구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엄마에게도 고양이 오지에게도 보여 주며 함께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그중에 오세가 가장 보여 주고 싶었던 건 제일 친한 친구 말테였습니다. 말테라면 누구보다도 자신을 이해해주고 함께 공감해 줄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엄마는 오세가 원하는 것에는 관심도 없습니다. 오로지 저녁 준비가 가장 중요했지요.
엄마, 나중에가 아니라 지금 보여 주고 싶단 말이에요.
오세는 엄마에게 말테를 만나러 가고 싶다고 합니다. 하지만 엄마는 저녁 먼저 먹어야 한다고 나중에 만나라고 하지요. 오세가 개구리를 보여 주며 물어도 엄마는 쳐다보지도 않고 나중에 보겠다고만 할 뿐입니다. 도대체 엄마가 말하는 나중에는 언제를 말하는 걸까요?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오세는 지금 당장 말테에게 개구리를 보여 주고 싶은데 엄마가 계속 나중에라고만 해서 점점 화가 났습니다. 결국 오세는 혼자 말테에게 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지요. 개구리가 들어 있는 유리병을 꼭 끌어안고 엄마에게는 말도 없이 조용히 신발을 신고 집을 나와 버립니다. 그런데 막상 집을 나오고 보니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게다가 다시 집을 찾아올 수 있을지 겁도 났고요. 오세는 할 수 없이 집으로 다시 들어와 저녁을 빨리 먹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녁은 아직 오븐 속에서 준비 중이었습니다. 엄마는 오세가 혼자 밖에 나갔다 온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이번에는 곧 저녁 먹을 거라고 얘기합니다. 곧, 곧, 곧. 엄마가 곧이라고 말하자 오세는 또 기분이 이상해지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몸이 근질근질하고 손가락이 꿈틀꿈틀 거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오세는 곧이라는 말을 싹둑 잘라버리고 싶어졌습니다. 그러자 엄마가 바느질할 때 사용하던 커다란 가위가 떠올랐습니다. 오세는 엄마 방으로 몰래 들어가 엄마가 절대 열지 못하게 하는 옷장을 열고 예쁜 옷감과 가위를 꺼내 마구마구 자르기 시작합니다. 싹둑싹둑 싹둑싹둑. 천 조각이 싹둑싹둑 잘리는 소리가 오세의 마음을 들끓게 했던 이상한 감정을 조금씩 가라앉게 해 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다 엄마가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 오세는 정신을 번쩍 차리게 되지요.
오세는 왜 비뚤어진 행동을 하게 되었을까요?
엄마는 항상 “나중에 해.” “곧 될 거야.”라고 합니다. 그럴 때마다 아이의 기분은 어떨까요? 아이는 바로 지금 엄마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바로 지금 자기가 보고 있는 걸 함께 봐 주기를 바라지요. 그런데 엄마는 무조건 나중에 하라고 하고, 곧 할 거라고 하며 아이의 행동에는 관심도 없습니다.
《납작 개구리 사건》은 오세가 도로에서 발견한 죽은 개구리를 주워 오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아이의 참을성과 분노를 재미있고 유쾌하게 그려낸 이야기입니다.
오세는 지금 당장 친구를 만나 자신이 발견한 개구리를 보여 주고 이야기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자꾸 나중에 하라고만 하는 엄마 때문에 화가 나기 시작하지요. 그리고 엄마가 얘기한 나중에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혼자 친구에게 가겠다고 집을 나섭니다. 다행히 길을 잃게 될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바로 집으로 들어와 큰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오세의 행동은 개구리가 도로로 뛰어들었던 것만큼이나 무모한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자기 할 일에만 급급한 엄마는 오세의 그런 행동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이번에는 곧 저녁 먹을 거라는 말로 오세를 또다시 자극합니다. 엄마의 곧이라는 말에 결국 오세의 인내력은 무너지고 엄마의 중요한 옷감을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 버리고 맙니다. 오세는 자가가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단지 엄마의 말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돌발행동을 하고 말았던 것이지요. 만약 엄마가 한번만 오세를 봐 주고 오세의 감정을 공감해 주었다면 어땠을까요?
■ 작가 소개
글 잉그리드 올손
스웨덴 스톡홀름에 살고 있으며 선생님이 되기 위한 공부를 했습니다. 2003년 발표한 첫 번째 작품 《엄마가 잠자는 동안에》를 시작으로 줄곧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를 쓰며 주목받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납작 개구리 사건》은 잉그리드 올손의 첫 번째 그림책입니다.
그림 샬롯 라멜
스웨덴 스톡홀름에 살고 있으며 웁살라 대학교에서 미술과학을 전공하였습니다. 1988년 첫 작품 《케이크 북》으로 ‘스웨덴 훌륭한 작가상’을 받았습니다. 스웨덴의 뛰어난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며 다수의 책에 삽화를 그렸습니다.
옮김 황윤진
동덕여자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하였습니다. 새로 나오는 책을 가장 먼저 읽고 싶어 서점 주인이 되고 싶어 했습니다. 책이 많은 곳을 좋아해 도서관 사서를 꿈꾸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책을 만드는 편집자가 되어 서점과 도서관으로 가장 먼저 책을 보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있는 많은 이야기를 찾아 가장 먼저 전하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