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로맨스가 영원이 된 도시
이수원 지음
하루의 로맨스가 영원이 된 도시
마법과 같은 햇빛과 바다, 영화 속 세계를 여행하다!
<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영화 이야기>
『하루의 로맨스가 영원이 된 도시』는 미학적 평가에 집중하는 ‘평론가의 영화서’가 아니라 보다 현장감 있고 역동적인 ‘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영화서’이다. 다년간 부산국제영화제를 이끌어가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온 이수원의 첫 저서인 이 책은 월드영화 프로그래머로서 세계 각지를 여행하고 각종 국제영화제에 참석하여 영화계 거장들을 접한 경험을 녹여내고 있다.
영화서, 여행서, 문화역사서의 성격을 두루 갖추고 있는 『하루의 로맨스가 영원이 된 도시』는 영화사의 명작들을 감상하는 재미뿐만 아니라 지중해 지역을 여행하는 즐거움, 지중해 도시들에 대한 역사 교육이 어우러져 흥미로움을 더하는 동시에 유익하고 유용한 지식의 범위를 넓혀준다. 또한 지중해 지역을 배경으로 한 고전영화 감상의 길잡이가 되어줌으로써 영화의 배경과 맥락을 같이하는 역사 문화에 눈길을 돌릴 수 있게 해준다.
완벽한 프랑스어와 영화이론으로 무장한 이수원 씨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아끼는 재원이다. 외견상 얌전한 듯 보이면서도 폭발적인 정열을 지닌 그녀는 새로운 영화를 찾아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닌다. 이 책은 그녀의 삶 자체가 바탕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소개로써 자신의 특별한 경험을 공유해온 그녀가 이제 이 책에 담은 귀중하고 유익한 콘텐츠로써 더 많은 대중들과 소통하기를 기대한다. 문화, 예술, 역사에 대한 인문적 소양이 강조되고 있는 지금 시대에 꼭 들어맞는 책이다.
― 김동호(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
여행과 영화는 미지의 낯선 세계로 길을 떠난다는 점에서 닮았다. 유럽영화의 흔치 않은 전문가인 이수원 씨가 쓴 이 책은 지중해의 마법과 같은 햇빛과 바다로 우리를 안내하면서 동시에 우리 기억 속에 지워지지 않고 간직되어 있는 영화 속 세계로 이끌어 사람들과 삶과 서사의 비밀을 이야기해준다. 일상을 벗어나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면, 그 여행지가 자연의 원초적 아름다움과 신과 인간의 욕망이 부딪치는 곳이길 원한다면, 그리고 그곳이 영화 속 세계로 끊임없이 확장되길 원한다면 이 책은 바로 그 신비로운 여행을 위한 친절한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 ― 이창동(영화감독)
이수원 씨는 내가 두려워하는 씨네필이다. 종종 예기치 않은 영화를 생각하지 않은 이유로 추천할 때 한참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 이수원 씨가 바람구두를 신고 지중해 여기저기를 쏘다니며 그 영화가 만들어졌던 자리를 찾아나선다. 때로는 자기를 영화 속의 주인공으로 착각하고 종종 카메라가 되기도 하고 가끔은 지질학자처럼 떠돌면서 마지막에는 순식간에 마치 그 영화를 처음 본 것만 같은 정감 넘치는 마음에로 되돌아간다. 처음의 그 자리. 나는 이수원 씨에게 새로운 별명을 붙여줄 작정이다. 신밧드 씨네필. 당신은 지금 또 어디를 떠돌고 계십니까? ― 정성일(영화감독, 영화평론가)
극장에 들어선다는 것은 여행을 시작하는 것!
지중해의 클래식 리스트 <영화로 떠나는 지중해 기행>
『하루의 로맨스가 영원이 된 도시』 속 지중해 지역은 역사적으로 동서양 문화의 접경지대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 제국, 중세 비잔티움 제국, 베네치아 공화국, 오스만 제국 등 쟁쟁한 이름들이 이 지역에서 발원했고 또 각각 화려한 문화의 꽃을 피웠으며 곧잘 융합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이 지역을 배경으로 한 고전영화들을 여행한다는 것은 다각적인 아름다움의 역사를 여행하는 것이다.
여행의 꽃이자 서구 문화의 발상지인 지중해 지역을 배경으로 한 고전영화 20편을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이수원의 가이드로 감상하는 이 책은 아울러 유럽 지중해 지역, ‘영원이 된 도시’들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기회의 장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스크린을 앞에 둔 듯’ 진행되는 동시에 ‘직접 발로 여행지를 돌아다니듯’ 우리를 이끌어간다.
극장에 들어선다는 것은 어딘가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것이다.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것은 여행을 떠나는 것과 흡사하다. 영화라는 예술이 비현실에 동반되는 꿈과 낭만을 제공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여행 또한,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에도 우리를 낯선 세계로 인도한다. 영화를 통해 시공간을 초월하고 삶의 숨겨진 면면들을 마주하면서 대리만족을 얻고 비밀스럽게 로맨스를 꿈꾸는 동안, 우리는 훌쩍 떠나는 여행에서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정서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영화와 여행의 공통분모에서부터 출발하였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세계 영화사를 수놓은 고전들을 짚어봄으로써 우리의 집단적 기억과 개인적 기억들을 되새기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지중해 지역의 도시들을 탐방하며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양사의 큰 맥을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독자들에게 주어지길 기대해본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거장 감독들의 명작 산책
지중해 문화의 필독 리스트를 담고 있는 가운데 2000년대 이후 만들어진 ‘미래의 고전’들과 국내 미개봉작들 또한 포함하고 있는 이 책에서 1장의 공간은 그리스와 터키이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신화적 상상의 세계가 살아 숨쉬는 그리스 크레타를 돌아보게 하고, <영원과 하루>는 동서양의 다양한 문화와 민족이 공존하는 그리스 테살로니키를 여행하게끔 해준다. <007 위기일발>에서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영국 신사 스파이 제임스 본드와 터키 이스탄불을 여행하고, 또 다른 코미디 고전 <토프카피의 보물>에서는 보석을 탐하는 도둑들과 함께 술탄의 오래된 궁전을 나들이한다. 그런가 하면 <천국의 가장자리> 이스탄불은 동서양 문화가 충돌하고 공존하면서 서로 화해를 이루는 극적인 공간으로 등장한다.
2장에서는 이탈리아반도와 섬들을 소개한다. <베니스에서 죽다>는 예술의 원초적인 의미를 숙고하게 하고 <이탈리아 여행>은 흑백의 리얼리즘으로 조명한 고대 도시들을 목격하게 한다. 이스키아섬 배경의 <태양은 가득히>에서 젊은 신인 알랭 들롱을 만나고 <경멸>의 카프리섬에서는 지중해에 어린 신들의 숨결을 느끼며 <일 포스티노>의 조용한 어촌마을 프로치다섬에서는 시와 사랑에 대해 사색하는 경험을 맛본다. 또한 <로마의 휴일>에서 이탈리아 로마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고 <레오파드>에서는 이탈리아 제국 왕족과 신흥 부르주아 사이의 세대교체가 일어나는 시칠리아를 추억한다.
3장은 이베리아반도의 중심 스페인을 이야기한다.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에서 사랑의 방정식을 고민하며 바르셀로나의 관광지들을 둘러보고 <카르멘의 사랑>에서 스페인적 정열이 불타오르는 세비야를 여행한다. <데스 인 그라나다>에서는 스페인 내전과 더불어 그라나다의 독특한 문화를, <내 어머니의 모든 것>에서는 바르셀로나의 또 다른 현대적 풍경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4장은 남프랑스와 북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생선 쿠스쿠스>는 프랑스에 사는 이민족들이 음식으로써 사랑과 연대를 이루어가고 자신들의 전통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촬영한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는 반세기 전 필름에 담긴 아랍 세계를 정치적 편견 없이 여행할 수 있게 해준다. 더불어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는 파리라는 로망의 역사를 조망하고 <나는 결백하다>에서는 프랑스 코트다쥐르 지역의 아름다운 풍광을 거대한 스케일로 감상할 수 있다.
앙겔로풀로스는 “흘러가는 시간을 감내하기 위해” 영화를 만든다고 했다. 1998년 미완성인 채로 칸영화제에 출품되었음에도 심사위원단의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원과 하루>는 시간에 대한 오랜 성찰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영화에서 상상의 존재처럼 등장하는 19세기 시인이 조국과의 소통을 위해 시어들을 사 모았듯이, 이방인으로 떠돌던 알렉산더는 알바니아 소년에게서 새로운 말들을 얻어가며, 비로소 아내와 뒤늦은 소통을 시도한다. 거장의 카메라는 측은한 주인공의 마음을 응원이라도 하듯 마법을 부리고, 테살로니키를 떠도는 하루라는 시간은 한없이 늘어난다.
-「시간을 유랑하는 영상시인」 중에서
아름다운 도시를 배경으로 한정된 시간 속에 불현듯 사랑에 빠져버리는 두 남녀. 이제는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소재지만 60년도 더 된 원조격 영화에서라면 호기심에 귀가 쫑긋해지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전설적인 아우라를 지닌 고전 할리우드 스타들이 등장한다면 더더욱. 로맨스 영화의 정전이라 할 만한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은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과 그레고리 팩(Gregory Peck), 두 선남선녀와 함께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 없는 ‘영원의 도시’를 구석구석 엿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하루의 로맨스가 영원이 된 도시」 중에서
보석들이 사라지는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누명을 쓰게 된 옛 도둑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 1950년대 중반 영화만큼 ‘코트다쥐르(C?te d’Azur)’의 비경들을 시원스럽게 보여주는 작품도 없을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다시 봐도 여전히 감탄하게 하는 빼어난 장면들은 칸(Cannes)이나 니스(Nice), 몬테카를로(Monte Carlo)뿐 아니라 남프랑스의 작은 마을들까지 담고 있다. 스릴러의 거장이 마음먹고 코트다쥐르에 대한 경의를 보내는 영화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지중해를 사랑한 스릴러 감독」 중에서